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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900만 원 한 번에 넣으라니, 그 돈이 어디 있어요."

작년 12월에 데스크 직원한테 실제로 들은 말입니다. 저도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연말정산 절세 기사는 매년 11월쯤 쏟아지는데 하나같이 "900만 원 채우면 148만 원 돌려받는다"에서 끝나거든요. 정작 그 900만 원을 12월 한 달에 어떻게 만드느냐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한도를 못 채우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닙니다. 12월에 900만 원이 없어서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나눠 넣으면 됩니다. 8월이면 아직 다섯 달이 남았습니다.

📌 8월에 챙기면 되는 절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월세 사시는 분은 전입신고 시점에 따라 올해 공제액이 갈립니다. 이쪽은 오늘 10분이면 끝나는 일이라 먼저 해두셔도 좋습니다.

연금저축 IRP 계좌

900만 원이라는 숫자, 절반은 잘못 알고 계십니다

먼저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부터 짚겠습니다.

"연금저축 한도가 900만 원"이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아닙니다. 연금저축 하나만 놓고 보면 세액공제 한도는 연 600만 원입니다. 900만 원은 연금저축과 IRP를 합쳤을 때의 한도예요.

계좌 세액공제 한도
연금저축 단독 600만 원
연금저축 + IRP 합산 900만 원

그래서 연금저축 한 계좌에 900만 원을 넣어도 공제는 600만 원까지만 됩니다. 나머지 300만 원에 대한 공제를 받으려면 IRP 계좌를 따로 열어서 그쪽에 넣으셔야 합니다. 이걸 모르고 한 계좌에 몰아넣은 분들이 실무에서 심심찮게 나옵니다. 300만 원어치 공제, 그러니까 40만~50만 원을 그냥 버리는 셈입니다.

공제율은 두 구간입니다.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사업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 원 이하)면 16.5%, 그 위면 13.2%입니다. 두 숫자 모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것이라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비율입니다.

납입액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16.5%) 5,500만 원 초과 (13.2%)
300만 원 49만 5천 원 39만 6천 원
600만 원 99만 원 79만 2천 원
900만 원 148만 5천 원 118만 8천 원

그런데 여기에 천장이 하나 있습니다. 세액공제는 내가 낼 세금, 즉 결정세액 안에서만 적용됩니다. 결정세액이 100만 원인데 공제액이 148만 원이면 100만 원까지만 돌려받고 나머지 48만 원은 사라집니다. 이월도 안 됩니다.

그러니 시작하기 전에 작년 원천징수영수증에서 결정세액 칸부터 확인하세요. 그 숫자가 내가 받을 수 있는 환급의 상한입니다. 소득이 높지 않아 결정세액이 적은 분은 900만 원을 다 채울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원천징수영수증을 어디서 떼는지는 퇴사서류 체크리스트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만약 결정세액이 아예 0원이라면 연금계좌 공제로는 돌려받을 게 없으니, 그런 해에는 근로장려금 반기신청 대상인지를 먼저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순서는 연금저축 600만 원 → IRP 300만 원을 권합니다. 두 계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분 연금저축 IRP
가입 자격 누구나 소득이 있는 사람만
중도인출 가능 (기타소득세 16.5%) 법정 사유만 가능
위험자산 투자 제한 없음 70%까지 (30%는 원리금보장형)

IRP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도 뺄 수 없습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 개인회생이나 파산 같은 법정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유동성이 불안하시면 연금저축을 먼저 채우고 여력이 확실할 때 IRP로 넘어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고로 IRP는 소득이 있어야 가입이 됩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는 IRP 가입 자체가 안 되고, 연금저축은 가입할 수 있지만 결정세액이 없으면 돌려받을 세금도 없습니다.

12월에 몰아넣으면 생기는 세 가지 문제입니다

여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12월 몰아넣기는 위험을 세 개나 한꺼번에 안습니다.

첫째, 12월은 원래 돈이 제일 안 남는 달입니다. 송년회와 연말 모임, 경조사, 선물, 다음 해 초에 나갈 보험료와 세금 준비, 겨울철 관리비 상승. 여기에 900만 원을 얹으라는 겁니다. 안 되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셋 중 하나입니다. 300만 원만 넣고 포기하거나(약 100만 원 손실), 마이너스통장을 써서 채우거나(이자가 환급액을 갉아먹음), 아예 안 넣거나(148만 원 전액 손실). 어느 쪽도 좋지 않습니다.

둘째, 12월 31일이라는 마감시한이 생각보다 빡빡합니다. 그 해 연말정산에 반영되려면 12월 31일까지 계좌에 입금이 완료돼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납니다. 12월 31일이 휴일이면 실질 마감이 앞당겨지고, 금융기관마다 이체 마감 시간이 다르고, 계좌를 새로 만들려면 개설에 시간이 걸립니다. 오후 늦게 이체했는데 입금 처리가 다음 영업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차이로 그 해 공제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게다가 해를 넘겨 들어간 납입금은 다음 해 한도를 잡아먹으니, 결과적으로 1년 치 공제를 잃는 셈이 됩니다.

셋째, 무리해서 넣었다가 빼면 더 손해입니다. 12월에 억지로 채웠는데 2~3월에 돈이 급해져 해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가 취소되고 기타 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돌려받은 148만 원을 다시 토해내는 데 더해 운용수익에도 세금이 붙습니다. 감당 못 할 금액을 억지로 넣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나눠 넣으면 이 셋이 한꺼번에 해결됩니다.

구분 12월 몰아넣기 8~12월 분할
월 부담 900만 원 × 1회 180만 원 × 5회
마감 리스크 하루에 전부 걸림 분산됨
중도해지 위험 무리한 납입 → 높음 감당 가능 → 낮음
매수 시점 한 시점에 집중 분산

마지막 항목도 짚고 갑니다. 연금계좌에 넣은 돈은 대부분 펀드나 ETF로 운용하는데, 한 날짜에 전액을 매수하면 그날 가격에 전부 걸립니다. 나눠 넣으면 매수 시점이 자연스럽게 흩어집니다. 다만 이건 수익을 더 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험을 한 시점에 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8월부터 다섯 달, 이렇게 나누시면 됩니다

8월, 9월, 10월, 11월, 12월. 다섯 달입니다. 목표 금액을 5로 나누면 월 납입액이 나옵니다.

목표 월 납입액 연금저축 IRP
900만 원 (한도 전액) 180만 원 120만 원 60만 원
600만 원 120만 원 120만 원
450만 원 90만 원 90만 원
300만 원 60만 원 60만 원

900만 원이 부담되시면 600만 원부터 시작하셔도 됩니다. 연금저축 단독 한도까지만 채워도 16.5% 구간에서 99만 원이 돌아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에 이미 넣으신 금액이 있다면 그만큼 빼고 계산하시면 됩니다. (900만 원 − 기납입액) ÷ 5입니다. 이미 200만 원을 넣으셨다면 월 140만 원이 되는 식입니다. 기납입액은 각 금융기관 앱에서 '올해 납입액'이나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총 납입액 월 납입 (5개월) 16.5% 환급 13.2% 환급
300만 원 60만 원 49만 5천 원 39만 6천 원
450만 원 90만 원 74만 2,500원 59만 4천 원
600만 원 120만 원 99만 원 79만 2천 원
750만 원 150만 원 123만 7,500원 99만 원
900만 원 180만 원 148만 5천 원 118만 8천 원

계좌가 없으시면 지금 만드세요. 연금저축펀드는 증권사에서 비대면으로 10분이면 열립니다. IRP는 증권사와 은행 모두 가능합니다. 증권사 온라인 개설은 운용관리 수수료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으니 은행 창구와 조건을 비교해 보세요. 20년 이상 굴릴 돈이라 연 0.1%도 누적되면 차이가 큽니다.

ISA 만기가 다가오는 분이라면 하나 더 챙기실 게 있습니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전환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추가로 생깁니다. 900만 원 한도와 별개라서 그 해 최대 1,200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3,000만 원을 옮기면 300만 원이 꽉 찹니다.

다만 기한이 짧습니다. 만기 후 60일 이내에 연금계좌로 이전해야 하고, 하루라도 넘기면 이 혜택은 사라집니다. 만기 알림을 받고 "나중에 옮기지" 하고 두는 순간 없어지는 돈이라, 만기가 올해나 내년인 분은 해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경로부터 확인해 보세요.

한도를 넘겨 넣어도 됩니다. 연금계좌에 넣을 수 있는 돈은 연 1,800만 원까지입니다. 900만 원을 넘는 금액은 세액공제를 못 받지만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이연 효과는 그대로 받습니다. 다만 그 돈이 만 55세까지 묶인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넣은 뒤에 반드시 하실 일도 있습니다. 입금만 하면 대부분 현금성 자산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상품을 직접 골라야 운용이 시작됩니다. 이걸 모르고 몇 년째 방치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받을 때 세금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만 55세 이후에 가입한 지 5년이 지나면 연금으로 받을 수 있고, 연금소득세는 나이에 따라 55~69세 5.5%, 70~79세 4.4%, 80세 이상 3.3%로 낮아집니다. 다만 연간 연금수령액이 1,5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되거나 16.5% 분리과세를 선택하게 되니, 수령 시점에는 금액을 조절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금을 IRP로 받으신 경우 그 이체분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고 개인이 추가로 넣은 금액만 해당됩니다. 같은 IRP 계좌 안에 있어도 퇴직금 재원과 개인 납입분은 구분해서 관리되니 헷갈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퇴직금 쪽 세금 계산은 퇴직소득세와 IRP 연금 수령 비교, 퇴직금 자체를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는 퇴직금 계산법과 IRP 일시금·연금 비교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작년에 데스크 직원 두 명이 똑같은 얘기를 다르게 끝냈습니다. 한 명은 11월에 절세 기사를 보고 "900만 원 넣어야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12월이 되자 송년회에, 부모님 생신에, 겨울 옷값에 돈이 계속 나갔어요. 결국 12월 30일에 200만 원을 겨우 넣었습니다. 환급은 33만 원. 본인도 두고두고 아쉬워하더군요. 다른 한 명은 그해 8월에 제가 지나가듯 한 말을 그날 바로 실행했습니다. 급여일 다음 날로 월 50만 원 자동이체를 걸어둔 겁니다. 8월부터 12월까지 250만 원을 넣었고, 다음 해 1월부터는 그대로 이어가서 열두 달 600만 원을 채웠습니다. 환급 99만 원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소득도 의지도 아니었습니다. 자동이체를 걸었느냐 안 걸었느냐였어요. 인사 실무를 오래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직원들은 해야 한다는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작하는 시점을 못 잡는다는 겁니다. 12월에 알려주면 늦고 1월에 알려주면 잊어버립니다. 8월쯤 한 번 말해주면 그해 절반은 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8월 급여명세가 나갈 때 한 줄을 붙입니다. "연말정산 준비하실 분은 오늘 자동이체 걸어두세요. 12월엔 늦습니다."

오늘 할 다섯 가지

1. 작년 원천징수영수증에서 결정세액 확인 — 이게 환급의 천장입니다
2. 올해 이미 납입한 금액 조회 — 연금저축·IRP 앱에서 확인
3. 목표 금액과 월 납입액 결정 — 무리하지 마세요. 꾸준히 갈 수 있는 금액이 정답입니다
4. 자동이체 설정 — 급여일 다음 날로. 손으로 넣으면 한 달은 반드시 빼먹습니다
5. 12월 초에 한 번 점검 — 모자라면 중순까지 보충. 31일까지 미루지 마세요

네 번째가 핵심입니다. 나머지 넷을 다 해놓고 자동이체를 안 걸면 작년과 똑같은 12월을 맞게 됩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소득세법과 금융기관 안내 자료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세무·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납입 한도와 공제율은 세법 개정에 따라 바뀌므로 납입 전에 홈택스나 국세상담센터 126번에서 해당 연도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품 선택과 운용 결과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