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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회사가 사흘 문을 닫았습니다. 다녀와서 급여명세서를 열어보니 연차가 3일 줄어 있습니다.
"여름휴가는 원래 연차에서 빼는 거 아니야?" 하고 넘어가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위법입니다. 그리고 위법이라면 그 연차는 아직 살아 있고, 안 쓰면 퇴사할 때 수당으로 받습니다.
이 글에서 짚을 것은 셋입니다. 하계휴가가 애초에 어떤 성격의 휴가인지, 연차에서 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부당하게 깎였다면 얼마를 돌려받는지입니다.

하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닙니다
먼저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여름휴가'라는 건 없습니다.
연차,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법이 정한 휴가입니다. 하지만 하계휴가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져 있을 때만 부여 의무가 생기는 약정휴가입니다. 법이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마다 처리가 갈립니다.
| 유형 | 내용 |
|---|---|
| ① 연차와 별도로 부여 | 하계휴가 3일 + 연차 15일 = 총 18일 |
| ② 연차에서 차감 | 하계휴가 3일이 연차 15일 중 3일 |
| ③ 아예 없음 | 쉬고 싶으면 개인 연차를 쓰는 구조 |
②와 ③은 실질적으로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내 연차가 줄어드니까요.
우리 회사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취업규칙에 적혀 있습니다. "하계휴가 3일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으면 별도 부여이고, 이 경우는 연차에서 빼면 안 됩니다. 이미 약정휴가로 보장해둔 날을 다시 연차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계휴가는 연차유급휴가로 대체한다"고 적혀 있다면 대체 의도가 있는 것인데,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문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 규정이 없다면 하계휴가를 줄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못 보셨다면 요청하세요. 안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중요합니다. 회사가 날짜를 정해 일괄로 쉬게 하고 연차를 빼는 것과, 근로자가 본인이 원해서 여름에 연차를 신청해 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후자는 그냥 본인이 연차를 쓴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건 회사가 지정해서 일괄로 처리한 경우입니다.
솔직하게 쓰겠습니다. 저는 한의원에서 직원 연차를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의 내용을 위반하기 가장 쉬운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몇 해 전 8월, 원장님이 "이번 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휴진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당연하다는 듯이 직원들 연차에서 사흘을 뺐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직원들도 별말이 없었고 저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가을 노무 교육을 들으면서 알았습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없으면 그 차감은 무효라는 걸요. 우리 원엔 노조도 없고 근로자대표를 뽑은 적도 없었습니다. 개별로 물어본 적도 없이 공지만 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걸리면 어쩌지"가 아니라 "직원들 사흘을 그냥 가져간 거네"였습니다. 연차 사흘이면 사람에 따라 30만 원 안팎입니다. 데스크 직원 급여를 생각하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해에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직원들끼리 근로자대표를 뽑게 하고, 다음 해 하계휴가 일정을 미리 공유한 다음 서면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A4 한 장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해봐서 몰랐을 뿐이지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이전 것은 원장님께 말씀드리고 정산했습니다. 액수가 크진 않았지만 안 하면 계속 마음에 걸릴 것 같았거든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없으면 무효입니다
법 조문은 한 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2조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 제62조
여기서 요건이 셋 나옵니다. 근로자대표(과반수 노조,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 서면 합의(구두나 묵시적 동의는 안 됩니다), 그리고 특정한 근로일(대체할 날짜를 특정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대체는 무효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네 가지를 짚겠습니다.
첫째, "직원들한테 다 동의받았는데요" — 안 됩니다. 대법원은 2021년 9월 14일 판결에서 개별 근로자와의 합의로는 연차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가 명확합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하면 자기 의사에 반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근로자대표를 통하면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다른 근로자들의 의사까지 존중해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동의서에 사인을 했어도 무효라는 뜻입니다.
둘째, "취업규칙에 써놨는데요" —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취업규칙에 연차 대체 규정을 두고 변경 절차까지 밟았더라도, 별도의 근로자대표 서면합의가 없으면 적법한 대체가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에 넣어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휴일도 연차로 대체했는데요" — 안 됩니다. 법이 정한 대체 대상은 '특정한 근로일'입니다. 원래 쉬는 날인 휴일은 대체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일요일이나 회사 창립기념일을 연차로 처리하는 건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공휴일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빨간날을 다른 근로일로 옮기는 것은 연차 대체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의 공휴일 대체라는 별도 제도입니다. 이것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옮긴 날에 쉬게 해줘야 합니다. 공휴일을 연차에서 빼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광복절에 쉬었다고 연차를 하루 깎았다면 그건 두 제도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넷째, "반차로 쪼개서 대체했는데요" — 안 됩니다. 조문이 '특정한 근로일'이라고만 정하고 있어서 대체는 일 단위로만 가능합니다. 참고로 연차를 시간 단위로 나눠 쓸 수 있게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26년 5월 7일 국회를 통과해 6월 9일 공포됐습니다. 다만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시행되므로 2027년 6월부터 적용되고, 구체적인 사용 단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건 근로자가 연차를 쓰는 방식에 관한 것이지 사용자가 날짜를 지정해 대체하는 제62조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개정안에 연차 청구나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함께 들어갔으니, 관리자 쪽이라면 이 부분도 함께 준비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처벌받습니다. 공휴일과 하계휴가를 연차로 대체하면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지 않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사업주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더 무거운 건 형사처벌보다 연차수당 소급 지급입니다. 대체가 무효라면 그 연차는 쓰인 적이 없는 것이 되고, 미사용 연차수당을 다시 지급해야 하니까요.
반대로 이렇게 하면 적법합니다.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제대로 했다면 하계휴가를 연차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유연성도 있어서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고, 직종이나 근무형태를 고려해 일부만 대상으로 하거나 근로자별로 날짜를 달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회사가 수시로 정하는 날"처럼 두루뭉술하게 써둔 합의서는 부족합니다. 그건 근거 조항일 뿐이고 실제 대체할 때마다 날짜를 특정해 합의해야 합니다.
부당하게 깎였다면 얼마를 돌려받는지입니다
대체가 무효라면 그 연차는 살아 있습니다. 쓰지 않고 남기면 수당으로 받습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미사용 연차수당 = 1일 통상임금 × 미사용 연차일수
1일 통상임금은 월 통상임금을 209시간으로 나눠 시간급을 구한 뒤 8시간을 곱합니다. 209시간은 주 40시간제 기준 월 소정근로시간이라, 근무 형태가 다르면 이 숫자도 달라집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취업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연차수당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월 통상임금 250만 원에 미사용 연차가 10일이라면 이렇게 됩니다.
| 단계 | 계산 | 결과 |
|---|---|---|
| 시간급 통상임금 | 2,500,000 ÷ 209 | 11,962원 |
| 1일 통상임금 | 11,962 × 8 | 95,696원 |
| 미사용 연차수당 | 95,696 × 10일 | 956,960원 |
약 96만 원입니다. 하계휴가 사흘이 부당하게 차감됐다면 그중 약 29만 원이 원래 내 돈이었던 셈입니다.
통상임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도 알아두셔야 계산이 맞습니다. 기본급과 직책수당·자격수당처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고정적으로 나오는 식대는 들어갑니다. 반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상여금, 경조사비 같은 일시적 지급은 빠집니다. 급여명세서에서 매달 같은 금액으로 나가는 항목을 더하면 대략 맞습니다.
연차가 몇 개인지도 확인해두세요. 1년 미만이면 1개월 개근할 때마다 1일씩 최대 11일, 1년 이상이고 출근율 80% 이상이면 15일, 3년 이상부터는 2년마다 1일씩 가산되어 최대 25일입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하계휴가도 연차도 회사 재량입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연차사용촉진제도입니다. 회사가 법이 정한 절차대로 서면으로 사용을 촉구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았다면 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사용기간 만료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서면으로 촉구하고(회계연도 기준이면 7월 1일부터 10일 사이), 근로자가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사용 시기를 정해 회사에 냅니다. 근로자가 통보하지 않으면 만료 2개월 전까지(회계연도 기준이면 10월 31일까지) 사용자가 시기를 지정해 통보합니다. 이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근로자가 안 썼다면 회사는 보상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이 일정은 1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 기준이고, 입사 1년 미만 근로자의 촉진은 시점과 절차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신입이시라면 회사가 보낸 촉구 문서의 시점이 본인에게 맞는 기준인지 함께 확인해보세요.
"연차 쓰세요"라고 말로 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서면이어야 하고, 사내 전자결재도 수신 확인과 회신 기록이 남는다면 인정됩니다. 서면으로 받은 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세요. 절차 중 한 단계라도 빠졌다면 촉진은 성립하지 않고 수당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차감이 부당했다고 판단되시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인사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하시되 반드시 문서로 남기세요. 카톡이나 메일이면 충분합니다. 해결이 안 되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번에 상담하거나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임금체불 대응과 노동청 진정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흐름이 같습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작년, 재작년 여름 것도 아직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퇴사하실 때 연차수당이 제대로 정산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퇴사서류 체크리스트에, 근로계약서에 넣으면 안 되는 조항들은 근로계약서 독소조항 글에 담아뒀습니다.
근로자라면 / 관리자라면
같은 글인데 읽는 자리에 따라 할 일이 다릅니다.
근로자라면 이 여섯 가지를 확인하세요
☐ 취업규칙에 하계휴가 규정이 있는가 — 별도 부여인가, 대체인가
☐ 연차에서 차감했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서가 있는가
☐ 근로자대표를 뽑은 적이 있는가 (모르시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대체된 날이 근로일인가 (휴일이면 위법입니다)
☐ 급여명세서에 연차 잔여일수가 표시되는가
☐ 회사로부터 서면 연차사용촉진을 받은 적이 있는가
관리자라면 이 순서로 정리하세요
☐ 올여름 하계휴가를 연차로 처리했는지 확인
☐ 서면합의서가 없다면 지금 만들기 — 근로자대표 선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합의서에 대체할 날짜를 특정해서 기재 (수시로 정한다는 문구는 무효)
☐ 이전에 차감한 분이 있다면 정산 검토
☐ 2027년 6월 시행되는 시간 단위 연차에 맞춰 취업규칙·전산 정비 계획 잡기
관리자 쪽이 먼저 움직이는 게 서로에게 낫습니다. 직원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 정리하면 이미 신뢰가 상한 뒤입니다. A4 한 장짜리 절차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건 아깝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근로기준법과 관련 판례·행정해석을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판단은 취업규칙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 노무사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시간 단위 연차 등 시행 예정 사항은 시행령 내용에 따라 세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의는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