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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이 밀렸다면 임금체불 대응, 퇴직금 계산이 의심되면 퇴직금 계산방법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이 글은 서명하기 전에 봐야 할 조항들입니다.

계약서를 읽어보긴 했습니다. 이상한 조항이 눈에 걸렸지만 여기서 따지면 안 뽑히겠지 싶어 그냥 사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조항, 서명했어도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만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법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계약서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조항만 무효라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법정 기준이 자동으로 채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사인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대부분 틀렸습니다.

근로계약서

돈에 관한 조항 — 위약금, 포괄임금, 퇴직금 분할입니다

돈에 관한 조항부터 보겠습니다.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위약금과 손해배상 예정 조항입니다. 근무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면 위약금 얼마를 지급한다거나, 교육 이수 후 2년 내에 퇴사하면 교육비 전액을 반환한다는 식의 문구입니다. 이건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왜 금지하느냐면, 이런 조항이 있으면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두게 되어 사실상 강제근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육비 반환 약정은 조건에 따라 유효할 수 있습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통상적인 교육이나 연수라면 반환 의무를 지우기 어렵고, 자격증 취득처럼 근로자 개인에게 별도의 이익이 남는 교육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비용의 성격도 봅니다. 교육 기간 중에 지급된 임금은 반환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회사가 실제로 부담한 순수 교육비는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의무 복무 기간이 과도하게 길면 그것도 무효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참고로 금지되는 것은 미리 금액을 정해두는 것이지 손해배상 자체가 아닙니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면 회사는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교육비 반환 약정, 어느 쪽으로 판단될까
항목 무효 가능성 높음 유효 가능성 있음
교육 성격 업무에 필요한 통상적 교육·연수 근로자에게 별도 이익이 되는 교육
비용 성격 교육 기간 중 지급된 임금 회사가 실제 부담한 순수 교육비
의무 기간 과도하게 긺 합리적 범위

둘째, 포괄임금 조항입니다. 월 급여에 연장과 야간,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문구인데, 포괄임금제 자체가 무조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정되려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가 실제로 어려운 업무여야 합니다. 감시나 단속 업무, 외근이 잦아 시간 파악이 곤란한 경우 등입니다.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근태 기록이 남는 일반 사무직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으므로 이런 약정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계약서에서 확인하실 것은 시간과 금액이 명시돼 있는지입니다. 월 급여 300만 원에 기본급 250만 원과 고정연장근로수당 50만 원, 월 20시간분이라고 적혀 있으면 초과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월 급여 300만 원에 제 수당 포함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얼마를 초과했는지 따질 기준이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포괄임금 약정이 유효하더라도 실제 연장근로수당이 약정액을 넘으면 그 차액은 지급해야 합니다. 포괄임금이니까 야근을 아무리 해도 추가 수당이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월 20시간분을 받기로 했는데 40시간을 일했다면 20시간분은 따로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출퇴근 기록을 남겨두셔야 합니다. 근태 앱 캡처, 사무실 출입 기록, 업무 메일 발신 시각이 나중에 전부가 됩니다.

셋째,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한다는 조항입니다. 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한다거나 퇴직금 분할 지급에 동의한다는 문구인데,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보아 강행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회사는 퇴직할 때 퇴직금을 다시 지급해야 합니다. 참고로 회사가 이 분할약정을 근거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처벌을 면할 만한 '상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미 줬으니 못 준다는 말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미 받은 돈은 다 토해내야 할까요. 대법원은 무효인 분할약정으로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보면서도, 회사가 이를 근로자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때는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서만 가능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최소한 절반은 지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2분의 1 보호는 근로자가 공제에 동의하지 않았을 때 작동합니다. 회사가 내미는 공제 동의서나 정산 확인서에 서명하면 그 금액만큼은 상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퇴사 정산 자리에서 서류를 받으셨다면 무엇에 동의하는 것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게다가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할 목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분할약정을 꾸민 경우라면 반환 의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관건은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항목이 별도로 찍혀 있었는지, 그 금액이 실질적으로 퇴직금 명목이었는지입니다. 명세서를 보관해두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간과 휴가에 관한 조항 — 수습과 연차입니다

수습기간 조항부터 보겠습니다. 수습기간 6개월간 급여의 70퍼센트를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면 두 곳에서 걸립니다. 최저임금법상 수습 감액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고 단순노무직종이 아닌 경우에,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해 최저임금의 90퍼센트까지만 가능합니다.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면 감액 자체가 안 되고, 3개월을 넘어가는 기간도 감액할 수 없으며, 건설이나 운송, 청소, 주방보조 같은 단순노무직종은 계약 기간과 무관하게 감액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6개월간 70퍼센트는 기간도 넘고 감액률도 넘는 조항입니다.

조건 감액 가능 여부
계약 기간 1년 이상 + 수습 3개월 이내 ⭕ 최저임금의 90%까지
계약 기간 1년 미만 ❌ 감액 불가
수습 3개월 초과분 ❌ 감액 불가
단순노무직종 ❌ 감액 불가 (기간 무관)

여기서 구분하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수습기간을 6개월로 정하는 것 자체가 위법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6개월 내내 임금을 깎는 것입니다. 수습을 길게 잡더라도 최초 3개월이 지나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상태에서 수습기간에 급여를 조정하는 것은 당사자 합의로 가능합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최저임금선 아래로 내려갈 때입니다.

수습기간도 근속기간에 포함된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수습이라고 근속에서 빼면 안 됩니다. 퇴직금을 계산할 때는 근로관계가 시작된 날부터가 계속근로기간입니다. 수습기간 중 해고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일반 해고보다 폭넓게 인정되기는 하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있어야 하고, 수습이니까 그냥 자른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알아두시면 좋은 게 있습니다. 상시 30명 이상인 사업장은 채용절차법이 적용되어, 채용공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채용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습니다. 공고에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적어놓고 계약서에서 수습 90퍼센트를 적용한다면 이 조항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공고 화면을 캡처해두시면 나중에 근거가 됩니다.

다음은 연차 관련 조항입니다. 연차휴가는 회사 지정일에만 사용한다, 미사용 연차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 입사 1년 미만자는 연차가 없다는 문구들은 대부분 무효입니다. 연차 미사용 수당을 포기하게 하는 조항은 법정 기준에 미달하므로 무효이고, 입사 1년 미만이어도 1개월 개근할 때마다 하루씩 최대 11일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연차를 언제 쓸지는 근로자가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회사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때만 시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회사 지정일에만 쓰라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합니다.

다만 유효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연차사용촉진제도입니다. 회사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서면으로 사용을 촉구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았다면 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구두로 연차를 쓰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연차 대체 합의도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했다면 특정 근로일을 연차로 대체할 수 있는데, 개별 근로자와의 계약서 문구만으로는 안 됩니다.

퇴사 이후와 서류 — 경업금지와 사본 미교부입니다

경업금지 조항부터 보겠습니다. 퇴사 후 몇 년간 동종업계 취업을 금지한다는 문구인데, 이건 유효할 수도 무효일 수도 있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약정이라 법원은 여러 가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회사의 이익이 실제로 있는지, 근로자의 직위와 업무가 핵심 기술이나 영업비밀에 접근할 위치였는지, 제한하는 기간과 지역과 직종의 범위가 합리적인지, 그에 대한 대가나 보상이 지급됐는지, 그리고 퇴직 경위가 자발적인지 해고인지를 봅니다.

무효로 판단되기 쉬운 경우는 분명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제한만 하는 경우,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지역과 직종 제한이 과도하게 넓은 경우, 근로자가 영업비밀에 접근할 위치가 아니었던 경우, 회사가 해고해놓고 경업금지를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핵심 기술을 다뤘고 별도의 보상을 받았다면 유효하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종업계 이직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입사 시점에 이 조항의 범위를 좁히는 협상을 시도해보세요. 나중에 다투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가장 흔하면서 가장 위험한 것이 서류 문제입니다. 사본을 주지 않는 것은 위법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회사에서 보관하니 필요하면 오라는 말은 교부가 아닙니다. 금액이나 기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서명하는 것도 절대 금지입니다. 나중에 임의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세부 사항은 취업규칙에 따른다는 문구 자체는 흔하고 위법도 아닌데, 문제는 그 취업규칙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하니 요청하세요. 안 보여주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도 확인하세요.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리고 근무 장소와 업무 내용입니다. 내 계약서가 기본 형태를 갖췄는지 헷갈린다면 고용노동부에서 배포하는 표준근로계약서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시면 빠릅니다.

여기서 계약서를 만들고 교부하는 쪽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신입 직원에게 설명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서명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많이 봤습니다. 대부분은 훑어보고 바로 서명하십니다. 그런데 가끔 고정연장근로수당이 몇 시간분인지, 수습 기간이 끝나면 급여가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분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꼼꼼한 분이라는 인상이 남고, 설명하는 쪽에서도 조건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니 나중에 서로 오해가 없습니다.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 나오는 질문은 대들거나 따지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사본 교부는 회사의 의무이니 달라고 말씀하시는 게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요즘은 전자 방식으로 파일을 보내드리는 곳도 많으니 메일로 받아 저장해두시면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계약서를 챙겨간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의 차이가 몇 년 뒤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히 드러납니다.

이미 서명하셨다면 어떻게 할까요. 계약서를 다시 읽고 문제가 되는 조항을 표시해두세요. 지금 당장 회사와 다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조항이 무효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퉈야 할 때는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 전화하거나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하시고, 온라인으로는 노동포털에서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임금이 밀린 상황이라면 임금체불 대응 글에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해뒀습니다. 사안이 크다면 노무사나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도 정리하겠습니다. 계약서를 아예 안 썼다면 사업주의 위법이고 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근로자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4대보험 이력이나 급여 입금 내역, 업무 지시 기록으로 근로관계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조항이 무효면 계약 전체가 무효냐고요? 아닙니다. 그 조항만 무효가 되고 나머지는 유효하며, 무효가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 기준으로 자동 대체됩니다. 연봉계약서와 근로계약서가 다른 것이냐고요? 연봉계약서는 임금 부분만 다루는 경우가 많으니, 필수 명시 사항이 모두 담긴 근로계약서를 별도로 요구하세요. 조항을 수정해달라고 할 수 있냐고요? 근로계약은 계약이므로 협의 대상입니다. 다만 실무상 받아들여지는 폭은 회사마다 다르니, 최소한 사본은 반드시 받으세요. 어떤 서류를 챙겨둬야 하는지는 퇴사 서류 체크리스트 글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법에 미달하는 조항은 서명했어도 그 부분만 무효가 되고 법정 기준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그러니 이미 사인한 계약서를 보며 후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하실 일은 세 가지입니다. 계약서 사본을 확보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해 저장하고, 문제가 되는 조항이 어디인지 알아두는 것입니다. 종이는 잃어버리지만 사진은 남고, 나중에 임금이나 퇴직금, 실업급여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서류가 바로 이 계약서입니다.

본 글은 2026년 8월 시점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참고해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포괄임금 약정과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노무사나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문의는 국번 없이 135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