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이 2021년에는 25명이었습니다. 2022년 29명, 2023년 33명, 그러다 2024년 70명, 2025년 71명.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최근 5년을 합치면 228명입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승인 통계 기준입니다.

온열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추락이나 끼임처럼 순간에 터지는 사고가 아니라 몸의 신호가 서서히 쌓이다 한순간에 쓰러지는 형태로 옵니다.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도 "그늘에서 좀 쉬면 낫겠지" 하고 참습니다. 본인도 동료도 괜찮겠지 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업무 중에 생긴 온열질환은 법이 정한 산업재해입니다. 개인 체력 문제가 아닙니다.

온열질환 산재보험

온열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기준입니다

먼저 온열질환이 무엇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가 아닙니다.

질환 주요 증상
열경련 근육 경련, 과도한 발한
열탈진 심한 피로, 어지러움, 메스꺼움, 창백해짐
열사병 의식 저하, 땀이 멈춤, 고체온 ⚠️ 응급
열실신 순간적인 실신
열부종 손발이 붓는 증상

이 중 열사병은 응급 상황입니다. 땀이 멈추고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119를 부르고 그늘로 옮겨 몸을 식혀야 합니다.

열탈진과 열사병을 가르는 신호는 땀과 피부입니다. 열탈진은 맥박이 약하고 피부가 차갑고 축축하며 땀이 계속 납니다. 열사병은 맥박이 빠르고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땀이 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땀에 젖어 있으면 그늘에서 수분을 보충하며 지켜볼 수 있지만, 더운데 땀이 말라 있으면 그건 119입니다.

법적 근거는 명확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은 고열작업이나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열사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더워서 쓰러진 건 본인이 약해서"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었는지, 체감온도 31℃ 이상인 곳에서 2시간 넘게 일했는지, 휴식과 물과 그늘이 제공됐는지, 온열질환이 몰리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작업이었는지, 작업 중이나 직후에 증상이 나타났는지, 119 이송 기록과 응급실 진료기록이 남아 있는지. 이런 것들이 쌓일수록 업무 관련성이 뚜렷해집니다.

반대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작업과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 작업환경에 대한 기록이 아예 없는 경우입니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다고 지레 포기하지는 마세요. 업무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지병이 있으니 안 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니 일단 신청부터 하시는 게 맞습니다.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아두시면 마음이 놓입니다. 신청서를 내면 근로복지공단이 재해 경위를 조사하고, 업무와 질병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사고성 재해와 달리 질병은 인과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심사에 시간이 걸리고, 사안에 따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 신청할 때 자료를 얼마나 갖췄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쓰러진 당일에는 병원 가기도 정신이 없지만, 그날 무엇이 남았는지가 몇 달 뒤 판단의 전부가 됩니다. 뒤에서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두겠습니다.

체감온도 31℃와 33℃, 사업주 의무가 숫자로 정해졌습니다

여기가 2025년에 크게 바뀐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적절한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같은 두루뭉술한 문구였는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2025년 7월 17일부터 구체적인 숫자가 못박혔습니다.

체감온도 사업주가 해야 할 일 성격
31℃ 이상에서 2시간 이상 연속 작업
(= 폭염작업)
냉방·통풍 설비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주기적 휴식 중 하나 이상 의무
33℃ 이상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 휴식 의무
35℃ 이상 무더위 시간대(14~17시) 옥외작업 중지 권고
38℃ 이상 긴급 작업을 뺀 옥외작업 중지 권고
공통 시원한 물과 염분 음료 제공, 그늘·냉방 휴식장소 마련, 온습도 측정기기 상시 비치와 체감온도 측정·기록·보관, 증상·예방·응급조치 요령 사전 고지 의무

이 표가 산재 판단에서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산재 심사에서 핵심 쟁점은 "그날 작업환경이 어땠느냐"인데, 이제 기준선이 숫자로 있으니 대조가 쉬워졌습니다. 체감온도가 33℃였는데 휴식이 없었다면 그 자체가 의무 위반이자 업무 관련성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물도 그늘도 없었다면 마찬가지입니다.

체감온도는 기온과 다릅니다. "오늘 35도래"가 기준이 아니라 기온에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가 기준입니다. 원칙은 작업장소에서 직접 측정하는 것이고, 옥외 이동작업처럼 측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사업주는 폭염작업이 예상되는 장소에 온도·습도 측정 기기를 상시 갖추어 두고 체감온도를 측정해 기록·보관할 의무를 집니다. 즉 측정을 안 한 것은 단순한 정황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무 위반입니다. 회사에 측정 장비가 아예 없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짚고 넘어갈 근거가 됩니다.

작업 중에 본인 휴대폰으로 기상청 체감온도 화면을 캡처해두세요. 날짜와 시각이 함께 찍히니 나중에 그게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이건 건설현장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5년 온열질환 산재 228명 중 건설업이 106명으로 46.5%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다른 업종입니다. 냉방이 안 되는 물류센터와 창고, 식당 주방, 제조 공장, 차량 내부 작업. 실내라도 고온이면 대상입니다. 기준은 실내냐 실외냐가 아니라 체감온도입니다.

사업주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산업안전보건법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사안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치 기록은 사업주에게도 방어 수단입니다. 체감온도 측정 기록, 휴식 부여 기록, 물과 그늘 제공 사진,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기록을 매일 남겨두세요. 기록이 없으면 안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근로자에게 온열질환의 증상과 예방조치, 응급조치 요령을 미리 알리는 것도 의무이고, 실제로 건강장해가 발생하면 소방관서 신고 등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면 폭염 행동요령을 모국어로 전달해야 합니다. 한국어 공지만으로는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도 이걸 늦게 알았습니다. 저희 한의원에는 한약을 달이는 탕전실이 있는데, 여름이면 이 공간이 정말 뜨겁습니다. 재작년 8월에 탕전 담당 직원이 오후 내내 작업하다가 어지럽다며 나와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어요. 저는 그때 "에어컨 좀 세게 틀자" 정도로 넘겼습니다. 실내니까 폭염이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죠. 나중에 온열질환 기준을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탕전실은 명백한 고열작업 환경이고, 그날 그 직원은 열탈진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고, 기록도 남겼어야 했습니다. 만약 그날 더 심해졌다면 저는 작업환경에 대해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을 겁니다. 온도계 하나 없었으니까요. 그 뒤로는 탕전실에 온습도계를 달아두고 7월부터 9월까지는 작업 시간을 나눠서 배치합니다. 물과 이온음료도 상비해두고요.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직원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저 자신을 지키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작업중지권과 산재 신청 서류입니다

근로자에게는 작업을 멈출 권리가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허락을 받는 게 아닙니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멈추고 대피한 뒤, 지체 없이 상급자에게 알리면 됩니다.

그리고 사업주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나중에 실제로는 위험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도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 일 없었으니 네가 유난 떤 것"이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혼자 "저 안 합니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며 요청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카톡이나 문자로 "오늘 현장 체감온도 34도입니다. 2시간마다 20분 휴식이 필요한데 조정 가능할까요?" 정도면 충분합니다. 형식은 정중한 질문이지만 기록으로는 "위험을 알렸다"가 됩니다. 혼자보다 동료들과 함께 요청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고, 그래도 안 되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번이나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이 몰리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폭염 취약사업장을 불시 감독합니다.

산재 신청에 대한 오해부터 풀겠습니다. 첫째, 사업주 확인이나 날인이 필요 없습니다. 예전에는 요양급여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폐지됐습니다. 회사가 반대해도 근로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어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미가입은 사업주의 문제이지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사유가 아닙니다. 셋째,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도 대상입니다. 4대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합니다.

필요한 서류는 넷입니다.

서류 어디서 비고
요양급여 신청서 근로복지공단 (온라인·방문) 본인 작성
초진소견서 의료기관 의사가 병명과 발병 경위 기재
재해경위서 본인 작성 구체적일수록 유리
목격자 진술서 동료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유리

여기에 그날의 체감온도 자료, 폭염특보 발효 기록, 근무 시간 기록, 119 이송 기록과 응급실 진료기록, 휴식이 없었다는 정황(카톡·작업지시), 현장 사진을 함께 내시면 좋습니다.

재해경위서는 이런 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월 ○일 오후 2시경부터 ○○ 현장에서 옥외 작업을 했습니다. 당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고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는 35도였습니다.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별도 휴식 없이 연속 작업했으며 그늘진 휴식 공간과 시원한 물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 30분경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이 발생해 동료 ○○○이 발견했고 119를 통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열사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날짜와 시간, 작업 내용, 체감온도와 특보 상황, 휴식·물·그늘 제공 여부, 증상 발현 시점, 목격자, 병원 이송 경위를 빠짐없이 넣는 게 요령입니다.

신청은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에서 온라인으로 하거나 관할 지사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문의는 1588-0075번입니다.

시효가 있습니다.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는 3년, 장해급여와 유족급여는 5년입니다. 작년 여름에 쓰러졌던 일도 아직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정되면 치료비 전액인 요양급여, 일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평균임금의 70%인 휴업급여, 후유장해가 남으면 장해급여가 나옵니다.

회사가 "공상 처리하자"고 하면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회사가 치료비를 대신 내고 산재로 신고하지 않는 방식인데, 휴업급여와 장해급여, 나중에 재발했을 때의 보상이 전부 사라집니다. 후유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산재로 처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적용 대상도 넓습니다. 배달과 택배 라이더,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입니다. 그리고 출퇴근길에 쓰러진 경우도 산재가 됩니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이었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 오래 걷거나 뙤약볕에서 대중교통을 기다리다 쓰러지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참고로 산재 요양이 길어져 복직이 어려워 퇴사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병으로 인한 퇴사는 사정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한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니, 자발적 퇴사도 실업급여가 인정되는 사유를 함께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수급 조건과 절차 전반은 실업급여 총정리에 정리해뒀고, 퇴사 후 건강보험 문제는 퇴사 후 건강보험·국민연금 정리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글을 읽는 것보다 이게 급할 수 있어 순서만 적어둡니다.

1. 119에 먼저 전화합니다. 피부가 뜨겁고 건조한데 땀이 안 나고 의식이 흐리면 열사병입니다. 지체하지 마세요
2.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깁니다. 그늘이나 냉방된 실내로 이동시킵니다
3. 몸에 물을 뿌리고 부채질을 합니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바람을 보내 물이 증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냉각법입니다
4. 습도가 높아 증발이 잘 안 되면 얼음을 수건에 싸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대줍니다
5. 의식이 없으면 물을 먹이지 마세요. 기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수분 보충은 의식이 뚜렷한 열탈진 단계에서만 합니다
6. 시간과 상황을 기록합니다. 몇 시부터 작업했고 언제 증상이 나타났는지, 그날 체감온도가 얼마였는지

응급처치 요령은 중앙응급의료센터 E-GEN에 더 자세히 나와 있으니 현장 관리자라면 한 번 읽어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을 잊지 마세요. 응급 상황이 정리된 뒤에 산재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건 결국 그날 남겨둔 기록뿐입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노동부 폭염 대응 지침을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의료 자문이 아닙니다. 산재 인정 여부는 발병 경위와 의학적 소견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신청 전에 근로복지공단(1588-0075)이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1350)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